한편, 민공은 단규를 추격하여 마침내 붙잡아물어본다.
"천자는 어디에 계십니까?"
"도중에 이미 서로 헤어져 어디 계시는지는 모릅니다."
민공은 단규의 머리를 베어 머리말 목에 걸고 병력을 나누어 사방으로 흩어져 찾게 하였다. 혼자 말을 타고 길을 따라가던 중, 단규의 머리를 발견하고 최의의 장원으로 이끌려왔다. 최의가 단규의 머리를 보고 묻자, 민공이 상세히 설명했다. 최의가 민공을 데리고 황제와 만났을 때, 군신들이 모두 통곡하는 장면이었다. 민공이 말했다.
"나라에 하루라도 임금이 없을 순 없습니다. 폐하, 도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최의의 말이 듣히자, 황제를 안심시키고 최의의 장원을 떠났다. 그리고 진류왕은 민공과 함께 황제를 만나러 갔다. 군신들이 모두 통곡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민공이 말했다.
"임금이 없는 나라는 영원히 이어질 수 없습니다. 폐하, 도성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장원을 떠나게 된 황제와 왕은 떠난 지 삼 리도 안 되어 사도 왕윤, 태위 양표, 좌군 교위 순우경, 우군교위 조음, 후군교위 포신, 중군교위 원소 등 수백 명의 인마들이 황제의 수레를 영접했다. 단규의 머리를 서울로 보내 호령하고 황제와 왕을 태우고 황제의 호위로 서울로 향했다. 예전에 낙양의 어린이들이 이렇게 노래했던 것을 기억한다.
황제는 황제가 아니고,
왕은 왕이 아니네.
수레 천 대, 기병 만 명,
북망산으로 달려가네.
노래대로 현실이 되고 있었다. 어가에서 몇 리를 가다가 갑자기 수많은 깃발이 해를 가리고 먼지가 하늘을 가리며 수많은 인마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았다. 백관들은 모두 실색하며 그들의 영업을 입는다. 원소가 말 달려가며 물었다.
"누구십니까?"
깃발 아래에서 한 장수가 뛰어나와 큰 소리로 물었다.
"천자는 어디에 계십니까?"
황제는 떨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진류왕이 말하며 앞으로 나가서 꾸짖었다.
"누가 왔습니까?"
"서량 자사 동탁입니다."
"자네는 어가를 지키러 온 것이냐? 아니면 두려움을 주려고 온 것이냐?"
"천자를 지키러 온 것입니다."
"천자를 지키러 왔다면, 천자가 여기 계시는데 왜 말을 내리지 않는 것입니까?"
동탁은 크게 놀라서 말로 대답하지 않고 절을 하며 굴복했다. 진류왕이 동탁을 달래며 끝까지 말이 없으니 동탁이 속으로 기특해했고, 폐립의 뜻을 품게 되었다.
그 날, 황제 일행이 입궁하여 하태후를 찾아뵈려고 하자 모두가 슬퍼하고 통곡했다. 궁중을 조사해보니 전국옥새(황제의 도장으로, 진시황이 처음 만들어 이후 황제들에게 전해져 황제의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가 사라져 없었다. 동탁은 성 바깥에 주둔하며 매일 철갑을 입은 마군(기병)들을 거느리고 궁정에 들어와 거리를 무단으로 횡행하는 상황이었다. 백성들은 놀라고 불안했다. 동탁은 궁정 출입 시에도 어떤 꺼리도 없이 자유롭게 행동했다. 후군교위 포신이 원소에게 가서 '동탁이 분명히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원소가 말했다.
"조정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는데 가볍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포신이 왕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 왕윤이 말했다.
"나중에 다시 상의하겠습니다."
그 뒤, 포신은 자신의 군마들과 함께 태산으로 떠났다. 동탁은 하진 형제의 부하들을 설득하여 모두 자신의 편에 끌어들였다. 동탁은 이유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나는 황제를 폐하고 진류왕을 옹립하고 싶어한다. 어때?"
이유가 말했다.
"조정이 안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가볍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동탁은 기뻐하며 이유에게 감사하였고, 다음 날 연회를 크게 열어 공경대신들을 모두 초청했다. 공경대신들은 동탁을 두려워해 불참하지 못하고 참석했다. 연회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동탁은 백관들이 오길 기다렸다가 천천히 온명원 문 앞으로 가서 칼을 차고 입장하였다. 술잔이 여러 번 돌았을 때, 동탁은 술과 음악을 멈추고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할 말이 있으니, 관리들은 가만히 들어보십시오."
모두가 귀 기울이며 말을 듣기 시작했다.
"천자는 만백성의 주인으로서 위엄이 없으면 종묘사직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금상은 나약하지만 진류왕은 총명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진류왕이 대위를 이어가기에도 충분합니다. 내가 황제를 폐하고 진류왕을 옹립하려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관리들은 이 말에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자리에서 누군가 술잔을 밀치며 뛰쳐나와 술자리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불가능하다! 불가능하다! 네놈이 누구라고 큰 소리를 치는 것이냐! 천자께서는 우리의 대적자이며, 아무런 잘못도 없으신 분인데, 그냥 폐위를 논하는 것이냐! 네가 정말로 반역자인가?"
동탁은 이 소리에 놀란 듯이 돌아보았다.
"만약 나를 따른다면 살 수 있겠지만, 거스른다면 죽을 것이다!"
동탁은 검을 들고 정원을 베려 했다.
그 순간, 이유는 정원의 배후에 서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그 인물은 헌앙하고 위풍당당한 외모를 가졌으며, 방천화극을 손에 쥐고 성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유가 급히 말했다.
"오늘은 술자리이니 국정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내일 도당에서 만나서 의논하면 더 나을 것입니다."
모두가 그 말에 동의했을 때, 정원은 말을 타고 사라져갔다.
동탁이 백관들에게 물었다.
"내가 한 말이 옳은가요?"
노식이 답했다.
"명공이 틀렸습니다. 예전에 상나라의 임금인 태갑이 영명하지 않아 이윤이 동궁에 가두었던 사례가 있었으며, 또한 창읍왕이 제위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서 큰 악행을 저지르자 곽광이 태묘에 고백하고 폐위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상은 비록 어립지만 총명하고 인자하며 지혜롭고 털끝만큼도 잘못이 없습니다. 그리고 공이 한 지방의 자사로서 평소 국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윤이나 곽광처럼 큰 재능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해 폐위를 강행하려는 건가요? 성인도 '이윤과 같은 의지가 있다면 옳지만 그렇지 않다면 찬탈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동탁이 분노를 억누르며 칼을 뽑아 노식을 공격하려 했지만, 이 때 시중 侍中인 채옹과 의랑인 팽백이 사이에 들어가 말렸다.
"노 상서는 천하에서 매우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이렇게 해치시면 천하가 혼란에 빠질지 모릅니다."
동탁이 마침내 그친 뒤, 사도인 왕윤이 말했다.
"폐위는 술을 마시고서 할 문제가 아닙니다. 따로 날짜를 정해서 재론해야 합니다."
그래서 백관들은 회의를 해산하고 동탁은 후원 문 앞에서 칼을 만지며 서 있었다. 그때 한 사내가 극을 가지고 말을 타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유에게서 얼른 묻는다.
"저 분은 누구인가요?"
"그 사내는 정원의 의붓아들인 '봉선'입니다. 주공님, 일단 피하세요."
동탁이 뜰 안으로 들어가 숨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