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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삼국지 3 동탁 여포를 꾀어내다 4

이튿날, 성 밖에서는 정원이 군을 이끌고 싸움을 벌인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동탁은 분노에 눈이 붉어지면서 이유와 함께 군을 이끌고 나서 맞이하기로 결심한다. 양쪽 군대가 마주치자 여포가 금관을 쓰고 백화전포와 당예개갑을 차려입고 허리에 사만보대를 차고 말에 올라타 방천화극을 손에 들고 등장한다. 그리고 정건양(정원)을 따라 진 앞으로 나오는데, 정건양은 동탁을 가리키며 욕설한다.

"국가가 불행한데 환관이 권력을 농단하고 만백성이 도탄에 빠진 것을 보면 네놈은 손톱만한 공을 가진 게 없어. 그런데 어찌하여 폐립을 어지럽히며 조정을 혼란스럽게 하는가!"

동탁이 아직 대답하지 않은 채 여포가 다가오자, 여포는 마치 번개처럼 다가와 말을 몰아붙인다. 동탁이 빠르게 후퇴하며 정건양은 군을 이끌고 동탁을 덮친다. 동탁 군대는 대패를 당하고 약 30리를 후퇴하게 되며 동탁은 사람들을 모아 상의한다. 동탁이 말한다.

"여포는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의 용맹함을 얻으면 천하에 무엇이 두려울까!"

장막 앞에서 한 사람이 나와 말한다.

"주공,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여포와 동향인데, 그는 용맹하지만 무모하고 이익을 따지며 의리를 저버리는 자입니다. 제가 작은 수완으로도 여포를 설득하여 주공께 올게요."

동탁이 크게 기뻐하며 그 사람을 바라보니, 그 사람은 호분중랑장인 '이숙'이었다. 동탁이 말한다.

"네가 어떻게 설득할 생각이냐?"

"주공, 제가 듣기로는 여포는 명마가 한 필 있는데, 그 말의 이름은 '적토'입니다. 이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리며 물도 무리하게 건너고 산도 우뚝 넘어가는 것이 마치 평지를 달리는 듯하다고 하오니, 이런 명마를 주공님의 의지와 함께 주시면 여포를 설득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탁이 그에게 적토마와 함께 황금 1천 냥, 명주 수십 알, 옥대 하나를 전해준다. 이숙이 예물을 가지고 여포의 군영을 찾아간다. 길가에 매복하고 있던 군인들이 그를 붙잡아 제대로 알아보니 이숙이었다. 이숙이 여포에게 전해주도록 부탁하자 여포가 나와 만나기로 한다. 이숙과 만난 여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여포는 이숙에게 말한다.

"오랫만이네. 네가 현재 어디에 계시는가?"

 

여포는 적토마를 끌고 오도록 명령하여 그 멋진 말을 선보이게 했다. 적토마는 그 몸이 온전히 불에 타는 것처럼 붉게 빛나며, 한 털이라도 눈에 띄지 않는 완벽한 외모를 가졌다.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는 일정하며, 발굽에서부터 정수리까지의 높이는 여덟 척에 이른다. 이 말은 힘을 모아 포효하면 마치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놀라움을 주었다. 나중에는 어떤 시인이 그 힘을 담아 적토마를 향해 시를 지었다.

천리를 날아올라 먼지를 헤치고
물 건너고 산 오르니 보라안개 흩어지네
고삐 끊고 내달리며 옥재갈 흔드니
화룡이 구천에서 내려온 듯하구나


여포는 이 모든 것을 크게 기뻐하며 이숙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형님의 선한 어린이로서, 이렇게 좋은 말씀을 주시는데, 저는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지요?"

이숙은 고개를 저어 보답을 원하지 않음을 표현한다.

"저는 의리에 따라 형님이 오셨기에, 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포가 주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여 술을 대접하자, 술이 마시면서 이숙이 이렇게 말한다.

"아우님, 이렇게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것이, 제게는 한이 되지만 춘부장 어르신은 늘 만나뵙는 것 같습니다."

이숙의 얼굴엔 웃음이 번져 나온다.

"아무래도 형님께서 돌아가신 지 몇해가 지났는데, 춘부장 어르신은 여전히 형님을 만나시는 것을 선호하시는 것 같군요."

여포는 적토마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담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게 말씀하실 만큼 춘부장 어르신의 얼굴은 훌륭하십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렇게 길게 만나지 못한 것은 불만스러운 일이군요."

 

"형께서 취하셨다고요? 돌아가신 지 몇해나 지났는데 어떻게 형님을 만나셨다는 말씀이시군요?"

이숙은 너그럽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뇨, 형님을 만났다기보다 오늘 본 정 자사를 말한 것뿐이에요."

여포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정건양과 함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우님께서 천하를 얻는 재주를 가지셨으니 어느 누구라도 그분을 따르려 할 것입니다. 부귀와 명예를 얻는 것은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이 간단할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째서 아직도 남밑에 계시게 되셨나요?"

"저희 주인이 될 분을 만나지 못한 것이 한이라고 할 뿐입니다."

이숙은 웃음을 터뜨린다.

"좋은 새는 나무에 머물면서도 훌륭한 신하는 임금을 고르고 모시는 법입니다. 기회를 서두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입니다."

"형께서 조정에 계시는데 이제까지 살펴보면 일세의 영웅으로 떠오른 이는 누구인가요?"

"저는 신하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동탁만큼 뛰어난 인재는 없습니다. 동탁은 어진 이의 공을 중요시하며 선비를 예물로 대하며 상벌을 분명히 구분합니다. 그래서 대업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저도 동탁을 따라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어서 매우 아쉽습니다."

이숙이 금은, 진주, 옥대를 꺼내 여포 앞에 펼치자, 여포는 경악하여 물음표를 띄운다.

"이게 뭐에요?"

이숙이 화난 듯이 소리쳐 여포를 진정시키고 말한다.

"이것들은 동공께서 오랜 기간 동안 아우의 명성을 알아보셔서 특별히 드리라고 하신 것이며, 그리고 적토마 또한 동공께서 아우께 선물해 주신 것입니다."

"동공께서 이렇게 저를 아끼신다면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요?"

"저와 같이 별다른 재주가 없는 사람도 호분중랑장의 자리에 있으니, 공께서 가시면 훌륭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공께서 오시면 저한테 할 티끌만한 사례도 없겠군요."

 

"공이란, 눈 깜짝할 새 이룰 수도 있지요. 공께서 기꺼이 하지 않으려 할 뿐이지..."

여포가 그 말을 던진 후 잠시 망설이더니, 마침내 말을 이어갔다.

"정원을 죽이고 군을 이끌고 동탁에게 귀순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숙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우님께서 그런 일을 하신다면, 어떤 공보다도 그 큰 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저하지 말고 결심하십시오."

여포는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숙에게 고한다.

"제가 이제야 권면에 응해 왔지만, 어찌 보답을 드려야 할까요?"

이숙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공께서 의리를 베풀어 주셨다면, 보답을 바라지 않아도 되는 일이겠죠."

그리고 여포의 말을 듣고, 여포가 내어준 술잔을 받아 마셨다. 술잔이 비치며 이숙이 말을 이었다.

"여포 형님께서 좋은 말을 주시는데, 그럼 저는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까요?"

여포가 답하며 술잔을 다시 꺼냈다.

"내가 의리 때문에 온 것이기 때문에, 보답을 바라는 마음은 버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포는 이숙에게 술잔을 내려주었다. 술잔이 거무죽하게 놓인 후, 술잔을 내려놓은 이숙이 말을 이었다.

"형님께서 제게 술을 대접하신 것은, 마치 내가 형님께 보답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여포가 이숙의 말에 크게 기뻐하며, 이숙에게 다시 술잔을 내려주었다. 술이 한창 돌아갈 즈음, 이숙이 말했다.

"아우를 이렇게 잠시만 뵌 것 같은데, 춘부장 어르신은 도리어 늘 만나뵙게 되네요."

여포가 술에 취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요. 형님이 오셔서 좋은 말씀을 주시니, 옛 사이를 회상하게 됩니다."

여포가 술을 더 내려주며 이숙에게 사례하였다. 이숙이 술잔을 받아 마시고 술기운에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형님께서 좋은 일을 해주신 만큼, 제가 어떤 방법으로 보답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네요."

여포가 다시 이숙에게 물었다.

"내가 의리를 베풀어 왔는데,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지 난감하군요."

이숙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형님께서는 이미 제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따로 보답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을 것입니다."

여포가 이숙의 말에 고요한 표정으로 술잔을 받아 놓았다.

"그렇군요. 은혜를 베풀어 주신 만큼, 따로 보답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이숙이 여포의 말을 듣고 술잔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형님의 마음이 더 크신 것 같군요."

여포가 웃으며 대답하였다.

"우리 모두 형제라면서, 보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이겠지요."

그리고 그 순간, 이숙과 여포의 마음이 서로 어루만져지듯한 느낌이 들었다. 술잔이 만물을 의롭게 한듯이, 그들의 마음도 하나로 어우러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그들은 마치 영원한 형제처럼 함께 일생을 보내기로 다짐하였다. 술잔이 마시고, 밤은 깊어가는데, 그들의 마음은 점점 더 깊어져가고 있었다.

 

그날, 황실의 관리들은 태부 원외를 비롯해 모두 모여왔다. 술잔이 손에 들릴 즈음, 동탁은 칼을 매며 말했다.

"금상은 어리석고 나약해서 종묘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내가 이윤과 곽광의 훌륭한 행적을 본받아 황제의 위를 폐하여 홍농왕을 세우고, 진류왕을 새 황제로 옹립하겠습니다. 따르지 않는 자는 아무리 참을 용기를 낼지라도 현명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탁의 말에 신하들은 두려워하며, 도리어 맞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중군교위 원소가 일어나 앞으로 나와 말했다.

"금상님은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실력도 전혀 인정받지 못한 채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역량 없이 폐하려 하고 서자를 세우려는 것입니까? 이건 분명 반역행위가 아닌가요?"

동탁은 분개한 듯 노한 표정으로 원소를 향해 말했다.

"천하의 운명이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가 지금 폐립을 선언했는데 누가 따르지 않겠습니까! 네놈은 이 날카로운 검의 위력을 보지 못하나요?"

하지만 원소는 검을 뽑아들며 대꾸했다.

"네 검만이 날카롭다고 생각하느냐? 내 검도 빛나지 않아서는 아니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술잔이 돌아가는 술자리에서 마주하며 대립했다.

시간은 지나가고 밤은 깊어지면서 두 사람의 대립은 더욱 심화되었다. 그러나 그 대립은 서로를 상대로 물리칠 수 없는 무력함을 갖게 했고, 곧 원소의 말에 마침내 술잔이 내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황실에서는 이날의 사건이 모두 끝났다. 과연 원소의 목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야기의 결말은 다음 편에서 풀릴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정원과 양아들, 원소와의 대립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더 큰 이야기와 운명이 엮여 있었다. 정원은 양아들을 믿다가 먼저 죽었고, 원소와 동탁은 칼을 들고 대립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들의 목숨과 운명은 어떻게 교차하며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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